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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승 밑에 좋은 제자 없다

by kultar 2023. 1. 15.

1. 물론 좋은 스승에게서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가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는 논문을 쓰는 방법을 배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생들은 논문을 쓰기 위해 다양한 문헌을 찾고, 논리를 전개하고, 가설을 증명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대학원 수업을 통하여 배우고, 연습하고 연마하게 됩니다. 그러나 수업을 다 듣는다고 해서 일반 학생이 갑자기 대가가 될 수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이 눈 앞에 투명하게 보인다면 굉장히 좋을텐데, 실상은 개인의 머릿 속에서 이뤄지기에 내 눈앞에서 대가가 글을 쓰는 모습을 본다고 해도, 실상 나의 글쓰기에는 별로 도움이 안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원은 대부분 도제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지도 교수의 지도 편달을 받으면서 글쓰기를 연마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지도 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은 멘토 혹은 교수의 존재는 중요한 사항일 수 있습니다.

 

2. 훌륭한 스승 밑에 청출어람(靑出於藍)하는 제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좋은 멘토, 훌륭한 스승이 지나치게 훌륭한 사람이었을 때 발생하게 됩니다. 일본 속담에 "훌륭한 스승 밑에 청출어람하는 제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은 "푸른색 염료는 쪽에서 얻지만 그 빛깔이 쪽보다 푸르다"는 뜻으로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를 뜻합니다. 스승이 훌륭하다면 당연히 그 스승에게 배운 제자들 역시 훌륭해야 하건만, 훌륭한 스승 밑에 청출어람하는 제자가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스승이 너무 훌륭할 경우 제자들이 스승이 했던 것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혹은 스승을 신격화하여 이를 보존하고자 노력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스승을 능가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는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어떤 사람도 완벽한 사람이 없으며, 완벽한 이론도 없습니다. 훌륭한 스승의 말이라도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위대한 이론이라도 현재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론이라는 것은 기존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닙니까? 그렇게 하면서 세상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닙니까? 나의 지도교수가 아인슈타인인데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요?

3. 박사는 훌륭한 스승을 부정하면서 더 나은 스승이 되어간다.

 

너무 착한 아들()은 감히 아버지(어머니)를 욕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은 아버지(어머니)를 부정하면서 더 나은 아버지(어머니)가 됩니다. 그렇게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딸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 자연의 원리입니다. 마찬가지로 박사는 훌륭한 스승을 부정하면서 더 나은 스승이 되어갑니다. 필요하다면 기존의 틀을 다 깨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주장을 논리적으로 맘껏 전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특히 동양 그리고 한국에서는 부모를 공경하고 스승을 존경하는 것이 정말 과하다 할 정도로 강조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권위가 도전을 받는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그저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권위가 이제는 당연한 것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한 살만 차이가 나도 차이를 두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많은 사람을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서구권에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친구가 되거나 협력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과거에 맞았던 규칙도 현재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바꾸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판교에 있는 IT 기업들은 호칭을 과거에 과장님 부장님 하던 것에서 영어 이름으로 고쳐서 부른다거나, 별명으로 지어 부른다거나 하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만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그런 문화가 갑자기 정착되는 것이 아니겠죠. 얼마전 국내 대표 기업인 네이버에서 사내 갑질이 문제시되어 보도된 바가 있듯이, 여전히 이런 문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풍양속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이러한 문화가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가장 바뀌어야 할 곳은 개인적으로 대학, 그것도 대학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줄어들면서 대학의 권위와 교수의 권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아직도 과거의 행태로만 연구실을 운영하는 곳을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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