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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내가 속독을 멈춘 이유

by kultar 2023. 1. 26.

1. 속독을 배운 경험

 

속독은 사실 그냥 거저 얻은 기술은 아닙니다. 원래는 영어 속독 수업을 들었지만 그게 가능했던 것은 배울 때 뿐이었고 이후에 남은 능력은 사실 원래 잘하던 한글 속독 뿐이었습니다. 사실 한글 속독은 내가 평소에도 무의식적으로 하던 것이었습니다. 다만 배움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하던 것을 의식적으로 하게 된 차이일 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읽는다는 것은 굉장한 쾌감을 줍니다. 그러나 이 능력도 책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게 되고, 에너지 소모도 많기 때문에 지속해서 하기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당연히 쉬운 책은 더 빠르고, 어려운 책은 더 느리다. 속독에도 종류가 많겠지만 내가 하는 것은 번개 치기니 하는 대각선으로 하는 방식이 아니고 포토리딩, 페이지 전체를 한 번에 훑어내리는 방식입니다. 적어도 포토리딩은 띄엄띄엄 읽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 전체를 이해한다고 보면 됩니다. 똑같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이해하려고 하면 뇌에서 그만큼 연산을 빨리 해야 합니다. 당연히 에너지도 많이 들고 빨리 지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을 아낀데 따른 효율로 보상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속독의 문제점

 

문제는 읽는 속도는 매우 빠른데 비해 그 내용을 소화하는 능력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인고 하니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책을 읽고 활용하는 능력도 겸해서 올라가지 않더라는 말입니다.

 

연초에 1년에 100권을 읽으리라 계획을 세웠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만 20~30권 이상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속독을 통하여 많은 것을 빠르게 알게 되었지만, 그렇게 되면서 알고 있지만 아직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지식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속독에도 시간과 에너지가 꽤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활용하지 못하는 지식들이 늘어나게 되면 내가 그 지식을 알기 전과 후가 별반 차이가 없게 됩니다.

 

기억 측면에서도 내가 방금 읽은 책에 대해서 5분 이상 설명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분명히 읽고 이해도 했는데 왜 그런 거지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 권의 책을 오랫동안 읽어도 비슷한 양상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밸런스가 필요합니다. 빠르게 읽은 책을 요약해서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리하고 이를 가지고 있으면 활용도가 높을 것입니다. 요약하기에 관한 책들은 요즘에 서점가에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어떤 사람은 책을 많이 읽는데 정작 서재에 책이 한권도 없다고 합니다. 왠만하면 전자책으로 구매를 하기 때문이고, 전자책이 없으면 종이책을 사되, 일주일 이내 읽고 중요한 페이지는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해 놓은 뒤 그 책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해 버린다고 합니다. 어차피 소장하려고 해 놓은 책도 사실상 활용하려고 하면 그 부분을 찾기가 쉽지가 않고 나중에는 색이 바래버린 오래된 책들만 남게 됩니다. 결국 버릴 뿐인데 1, 2년 묶혀 놓았다가 버리게 되는 것 뿐이죠.

 

반대로 전자책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책은 실물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내가 그 책을 샀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려서 전자책으로 산 책을 종이책으로 또 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의 뇌는 어쨋거나 눈에 띄어야 이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데, 일단 눈에 안 띄니 잊어버리게 됩니다. 또한 책을 샀다는 안도감에 만족하는 경우도 많이 있죠. 결국 책장을 장식하기 위한 책들이 늘어나게 되고, 한번도 펼쳐보지는 않았는데 내가 소유했다는 만족감만 느끼게 해 주고 결국에는 버리게 되는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책만 그런 것은 아니죠. 구독 경제가 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게임도 할인할 때 사 놓고 설치조차 하지 않고 묶혀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PS Plus 같은 서비스에 가입하면 한달에 무료 게임을 3개씩 주기 때문에 다 다운은 해 놓고 전혀 하지를 않게 됩니다. 또한 에픽게임즈 같은 곳에서는 무료 게임을 자주 주는데 이 역시 라이브러리에 추가만 해 둘뿐 실제 하는 게임은 드뭅니다. 책을 소유했다는 만족감이 아니라 지식으로 정리하고 활용할 때 만족감을 얻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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